"31년을 기다린 사람들...누가 이 사람을 아십니까?“

해직교사 신종권씨가 전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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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석춘 기자
기사입력 2020-10-30 [11:32]

 

 


현재 전국에서 '31년을 기다렸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거리에서, 교육부, 교육청 앞에서, 청와대 앞에서 가을 낙엽 같은 60, 70대 노인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누구인가? 지금의 20대 30대는 잘 모르는 역사 속의 인물들이다. 지금부터 31년 전인 1989년 교육 부조리와 경쟁교육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가 정권의 탄압으로 해직된 전·현직교사들이다.

 

복마전이 된 학교

 

당시(노태우) 정권은 교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노동조합결성에 참여한 1400여 교사를 학교에서 쫓아냈다. 파면, 해임된 교사들은 나이든 교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정의감 충만한 20, 30대의 젊은 교사들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교육 현실은 해마다 백 명 넘는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거둘 정도로 학업 경쟁이 치열했다. 성적압박을 견디다 못한 한 여중생이 유서에 남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문구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고, 영화 제목으로도 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의 현실은 학교성적이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한다. 학교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평생 우등한 인간 대우를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평생 이등, 삼등 인간 취급을 받는다. 직업도 직장도 학교성적으로 결정되고, 결혼도 교우 관계도 학교성적이 좌우한다. 이렇게 학교 교육의 비중이 크다 보니 자연 교육계에 비리가 만연하게 되었다. 교직자의 인사나 학교경영과 관련한 돈거래가 무성하고, 교사와 학부모 간의 돈 봉투, 각종 교재 채택과 관련한 비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 외에도 수학여행이나 교복 선정과 관련한 비리도 심심찮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학교 간 경쟁을 빌미로 정규수업 이외의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과 같은 강제학습이 시행되어 아이들의 심신을 갉아먹었다. 아이들의 심신만 갉아 먹는 게 아니라 보충수업비니 자율학습감독비라는 명목으로 학부모의 주머니를 털었다. 아이들 교육을 핑계로 교육과 관련한 기관이, 교육감, 교장, 교감, 교사가 아이들과 학부모를 뜯어먹고 살았다. 내 아이만은 이등, 삼등 인간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학부모들의 욕망을 이용하여 자기들의 배를 불렸다. 정의감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학교를 학교라 할 수 없었다. 학교는 복마전이었다.

 

 

 

 

 


불의에 분노한 교사들, 탄압하는 기득권

 

1989년 이와 같은 현실을 견디다 못한 교사들이 떨치고 일어났다. 그들은 주로 20~30대의 젊은 교사들이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나이 든 교사들도 있었다. 나이 든 교사들은 젊은 교사들의 방패가 되었다. 이들이 만든 단체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교조는 교육계에 만연한 부조리를 걷어내고자 했다. 학교에서 식민지 잔재와 국적 불명의 교육을 몰아내고, 민주주의 의식과 인간다운 품성을 지닌 사람을 기르자고 했다. 이른바 민족, 민주, 인간화교육이다. 한마디로 '참교육'이라 한다.

 

​예나 지금이나 기득권세력이나 국가권력을 장악한 집단은 군대와 경찰을 무력수단으로 삼고, 교육을 통해 지속 가능한 권력을 도모한다. 그들에게 교사의 정치적 각성과 자주성 확보는 그들의 통치기반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다. 더군다나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장악한 군사정권의 후계자인 당시 정권(노태우)으로서는 정권의 명운이 걸린 문제였다. 정권은 전교조에 대한 대규모의 탄압을 했다. 그들은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온갖 자원과 국가기관을 총동원하여 전교조를 국민과 분리했다.

 

문교부, 안기부, 경찰은 물론 각종 어용단체며 언론을 동원하여 전교조를 음해했다. 그들은 전교조가 좌경용공세력이며, 좌익혁명을 통한 사회주의국가 건설을 위해 학생들을 세뇌(의식화)하려고 한다며 맹렬히 공격했다. 지금도 가짜뉴스가 사람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지만 그때도 그랬다. 전교조의 주장을 짜깁기하거나, 침소봉대하여 국민이 전교조에 등돌리게 했다. 전교조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았다. 아무튼, 그로 말미암아 1400여 명의 교사가 교단에서 쫓겨났다. 그들이 가르치던 아이들의 눈물을 뒤로하고.

 

 

 

 


31년의 싸움 , 저들은 누구인가

 

그로부터 5년 가까이 해직교사들은 부당한 해고에 맞서 복직 투쟁을 했고 드디어 1994년 김영삼 정권 때 다시 교단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단 해직된 기간의 호봉,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별채용형식으로. 그래서 다시 해직교사들의 원상회복 투쟁이 이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그동안 해직교사들은 민주화운동유공자로 인정을 받고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는 해직교사들이 이 나라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의 자유와 권리 회복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민주유공자증서까지 받았다. 거기까지였다.

 

국가가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인정하고, 공화국을 지키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싸운 공로를 인정했으면, 마땅히 그에 상응한 조처를 해야 한다. 잃어버린 호봉, 경력회복은 기본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런데 어떤 정부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마저.​

 

 

31년 전, 20~30대의 젊은 교사가, 많아도 40대던 교사가, 이제 노구를 이끌고 거리에서 원상회복을 외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이 알아서 챙겨주어도 민망해할 교사들을, 저렇게 거리에 세워놓고 찬바람을 맞게 해도 좋은가?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저들을 보고 부끄워하지 않을까? 저들은 누구인가? 저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가 잃어버린 양심 아닌가?

 

 

해직교사 신종권은?

- 5.18기념재단 이사, 전교조부산지부 참실위원장

- 부산에서 교직생활 중 80년 광주민주화운동 동참

- 구속수감, 해직, 1994년 특별채용 형식의 복직, 2002년 명퇴

- 현재 함양서 농사지으며 협동조합 설립 의료자립운동.

- 現 블로그 통증보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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